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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12 07:10
김정은-시진핑 만날때마다 슬금슬금 커지는 中의 제재 구멍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  

北中 군사-경제 밀착 행보

[동아일보]

휘발유나 경유 등 ‘연유’를 판매하는 북한의 ‘승리연유판매소’와 주유를 위해 찾은 차량들.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의 휘발유 값이 내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NK프로 홈페이지 캡처
1월 중순 북한 평양 휘발유 값이 L당 2만6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는 소식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드디어 먹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채택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97호가 대북 원유 공급을 연 400만 배럴로 제한하고, 휘발유 등 정제유 제품 공급 상한을 50만 배럴로 묶은 효과가 나왔다는 것.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월 우리 대미 특사단을 통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수락을 받았다.

○ 대북제재 유지에도 떨어지는 평양 휘발유 값

그런데 6개월 만인 7월 초 평양 휘발유 값이 L당 1.1유로(약 1445원)로 떨어졌다고 NK프로가 10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일본 대북 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4월 중순부터 휘발유 값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5월 8일부터는 휘발유와 디젤유의 값이 한 달 전보다 35%나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름값 하락에 대북제재 구멍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의 망을 허술하게 펼쳐 김정은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세 차례 북-중 정상회담 후 접경지역을 오가는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양측의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북-중 교류가 잦아지면 대북제재 감시망을 조금씩 넘나드는 교역이 모여 제재망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판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제재 약화 조짐을 중국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규모의 밀수에 나서 (싼 기름) 가격을 형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대북제재 이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는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 내부의 기름 수요가 줄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최근에 면담한 복수의 북측 학자들에 따르면 ‘탄소하나(C1)’ 산업으로 석탄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두만강 하저(밑바닥)에 있는 러시아∼북한 송유관과 고난의 행군 시기 중단된 나진의 승리화학콤비나트도 다시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 북-중, 군사적으로도 밀착 조짐

중국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치국 위원인 왕천(王晨)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오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 주관으로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조약 서명 57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 조약은 ‘한쪽이 어떤 국가나 연합국의 무장 공격으로 전쟁이 발생하면 다른 한쪽이 전력을 다해 군사 원조를 한다’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담고 있다. 또 ‘한쪽이 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어떤 세력에도 참가하지 않는다’는 취지도 포함돼 있다. 2021년이 만료 기한이다.

양국은 2016년 조약 서명 55주년 때만 해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이 축전을 주고받았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대북제재로 북-중 관계가 최악이었던 지난해에는 관련 기념행사가 없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 조약 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올해 관련 기념행사를 재개한 것은 북-중이 경제를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비핵화 압박에 맞서 군사적으로 급속히 밀착되는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고, 북한은 북핵 협상 실패에 대비한 보험을 드는 셈이다.

○ 북한 지연술과 중국 개입으로 ‘비핵화 이중고’

김정은은 열흘 사이 중국 접경지역 민생 행보를 펼치면서 ‘베트남 모델’을 거론한 미국에 반감을 드러내는 한편 중국을 향해 ‘경협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신의주, 삼지연 등 북-중 접경지대를 연속 시찰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 노선을 강조하면서 대미·대중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완화 없이는 미국이 제시하는 베트남 모델에는 관심이 없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꾀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시원한 답 없이 중국에 기대는 모습이 강화될수록 미국은 비핵화 성과에 더욱 조급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특유의 지연 전술이 본격화되고, 중국의 개입이 노골화될 경우 비핵화 문제는 한층 어려운 국면으로 흐를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