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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4-24 06:48
北 핵실험 중단에 南 확성기 중단… 최초 ‘선제조치 정상회담’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3  



4·27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군 당국이 군사분계선(MDL)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북한이 핵실험 중단 및 핵실험장 폐쇄 조치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북측이 ‘정상회담 선제조치’로 핵 동결 카드를 먼저 꺼내들자 남측 역시 선제적으로 확성기 중단을 행동에 옮겼다. 남북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최초의 ‘선제조치 정상회담’이 됐다.

국방부는 23일 “2018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오늘 0시를 기해 MDL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남북간 상호 비방과 선전활동을 중단하고, ‘평화,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가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의미

1972년 ‘7·4공동성명’, 2015년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등 남북대화를 통해 합의가 이뤄진 후 남과 북이 상호 대북 대남 방송을 중단한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선제적으로 남측이 방송 중단을 선언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핵실험·미사일 도발 중지를 선언한 데 상응하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1일 서해 부근 휴전선 일대에서 처음 시작됐다. 1972년 ‘7·4공동성명’으로 남북 간 확성기 방송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1980년 9월 8일 북측이 먼저 대남 방송을 재개해 남측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2004년 ‘6·4 합의’ 이후 잠시 중단됐다가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군은 대북 라디오방송을 재개했다. 또 2015년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남북이 함께 방송을 중단했다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방송이 재개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선언 이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중간점검 회의를 소집했다. 확성기 중단 선제조치도 이 자리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 심리전의 일환인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은 북한 정권이 매우 껄끄러워하는 대상이었다. 박근혜정부 시절 남북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북한은 남측 확성기를 겨냥한 조준 타격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대북 방송을 일시적이나마 접었다는 것은 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에 보여줄 수 있는 ‘선의’ 중 비교적 높의 수위의 조치라고 평가된다.


◆ 북한의 선제조치, 내부적으론 ‘협상 정당화’ 카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집권 이후 트레이드마크였던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했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사실상 ‘핵 동결’에 해당하는 조치를 약속했다. 그가 천명한 노선 조정은 북한이 핵 개발을 본격 착수한 1980년대 이후 30여년 만에 이뤄진 전략적 대전환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 밝힌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됐다”며 “평화 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갖추기 위해 허리띠를 조이며 분투해온 인민의 투쟁이 빛나게 결속(완료)됐다”고 밝혔다.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채택했던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그는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됐고 운반타격수단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돼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됐다”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으며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 그동안 미국은 북·미 대화 조건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을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동결을 공식화함으로써 미국 측에 대화 명분을 준 셈이다. IRBM은 주일미군기지와 미국령 괌, ICBM은 미 본토를 겨냥한 무기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선제적으로 내민 IRBM·ICBM 발사 중단 카드를 거부하기 힘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핵실험과 IRBM·ICBM 발사 중단을 밝힌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비핵화 범주를 은연중에 암시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지명자 방북 때 북·미 간 교감에 따라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경제 건설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국제환경과 국제사회와의 긴장 완화 및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전원회의 결정 사항은 향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 대북 안전보장, 경제제재 해제 등을 위한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