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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5-29 04:37
최고의 '대북통·대미통' 투입…비핵화·체제보장 전초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44  

‘세기의 담판’ 위한 통일각 대좌/北 최선희·美 성 김 협상 시선집중/비핵화 원칙에는 쉽게 합의할 듯/北 제공할 ‘보상문제’도 주요 의제/결과따라 정상회담 윤곽 나올 듯/NYT “세부사항 모두 합의 불가능/北·美, 현실적 합의점 찾으려 할 것”


북한과 미국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그동안 샅바싸움을 하던 단계를 거쳐 27일(현지시간)부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동시 다발로 정상회담 준비회담을 시작함으로써 ‘세기의 담판’을 위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나서는 판문점 통일각 대좌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이 이끄는 미국 팀과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에 필요한 의전과 경호 등 형식적인 사안을 논의하지만, 판문점에서는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놓고 주고받기식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왼쪽),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美 협상팀 숙소 추정 호텔 북·미 판문점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 일원인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 취재진에 포착돼 대표단이 이 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밤 불을 밝히고 있는 포시즌스호텔 전경.
남정탁 기자
북·미 양측은 각각 최고의 ‘대미통’과 ‘대북통’인 최 부상과 김 대사를 내세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할 핵심 의제와 공동성명을 준비한다. AP통신은 또 성 김 대사의 ‘판문점팀’과는 별도 트랙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만든 ‘CIA팀’이 북한 당국과 사전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CIA 팀의 역할은 성 김 판문점팀의 실무회담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현재 북한의 직제상으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일전선부가 CIA의 카운터파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준비회담 결과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북·미 양측은 준비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에는 쉽게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을 방문해 지시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캡처·뉴시스
그러나 비핵화의 방법과 그에 따른 체제 보장 등 세부사항을 판문점 준비회담에서 모두 합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이란 핵 협상 당시에 비핵화의 세부사항을 절충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이란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상세한 합의가 이뤄져야 비핵화를 기대할 수 있고, 이런 합의안을 만드는 데는 물리적으로 최소한 몇 개월이나 몇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는 ‘속전속결’, ‘빅뱅식’ 등을 내세우며 비핵화 과정을 2020년 이내 등 ‘최단기간’으로 줄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한은 이미 ‘단계별 동시 조치’라는 비핵화 방식을 제시해 놓고 있다. NYT는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원칙과 범위, 향후 추진일정, 후속회담 등에 관한 합의를 목표로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판문점 준비회담에서도 비핵화의 세부사항을 후속회담으로 넘기고, 일단 김정은-트럼프 회담에서 도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성 김 대사의 목표는 북한 측으로부터 핵 프로그램의 해체 범위 선언, 해체 방법과 일정 약속, 미국이 검증할 수 있는 방안 등 3가지를 문서로 얻어내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28일 오후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판문점 준비회담에서는 또 미국 측이 북한에 비핵화에 따라 제공할 보상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및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북한을 한국처럼 잘살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비핵화의 실질적인 단계에 들어가면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미국 등의 민간기업이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미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최근 경제개발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북한과 미국,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 간 대규모 경협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 무역과 투자 개방에 앞서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가입해 국제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북한의 전력망, 인프라, 농업 개발 등이 이뤄지려면 국제 금융기관의 참여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엄형준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