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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6-25 04:25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中개입·더딘 北비핵화·예측불허 트럼프…돌발상황도 대비해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5  

◆ 한반도 외교안보 뉴노멀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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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당신들이 보여준 적대감 때문에 회담 개최가 부적절하다고 느낍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친애하는 위원장님`으로 시작하는 대북 서한으로 6월 12일 예정된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왜였을까. 물밑에서 진행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1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이후 개시된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팀은 모든 비핵화 과정을 조속히 끝내야 체제 보장이 가능하다며 리비아 모델과 유사한 `원샷 딜`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도 없었다. 이내 절충안으로 `트럼프 모델`을 제시했다.

북한은 예전과 같이 `신고-검증-폐기` 순서를 고집했고 시간을 못 박기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시설·기술력·인력 해체는 실제로 오래 걸릴 수밖에 없으니 마지막 단계로 미뤄놓되, 일단 핵탄두와 핵물질을 조금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신고-폐기(핵탄두·핵물질)-검증-폐기(핵시설 기술 인력)`의 트럼프 모델 역시 수용할 생각이 없었다. 바로 종전 선언을 할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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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말이 다시 거칠어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북한이 트럼프 모델을 거부하면 리비아 꼴이 날 것"이라고 위협했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핵 보유국인 자신들을 리비아와 비교하는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되받아쳤다. 하지만 양측의 말이 거칠어져 회담 취소를 결정했다기보다는 합의가 안 되니 말이 거칠어졌고 회담도 취소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최대 압박`으로 고통을 느낀 북한이 먼저 비핵화 대화에 나왔다면 비핵화 협상이 깨질 때 더 손해를 보는 쪽은 북한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북한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사과 담화가 있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에게 사실상 반성문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김 제1부상의 손을 빌려 쓴 사실상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아본 후 바로 정상회담 재개를 선언했다.

이번에는 트럼프 모델을 관철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였을까. 하지만 속개된 물밑협상에서도 비핵화 로드맵 의견 조율이 난항을 거듭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취소-속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마저 철저히 배제한 정황이 포착됐고, 회담 속개 결정에 우려를 표명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미국 측 협상팀은 트럼프 모델을 관철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제기될 비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은 과정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이는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려는 노력이었다. 미·북정상회담은 정치적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에게 너무 놓치기 아까운 이벤트였다. 담판을 자신한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담판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회담을 감행한 이유다.

하지만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가능했던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회담의 전리품 챙기기에 바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못한 북핵 문제를 해결했고 핵 위협을 종식시켰다고 하니, 임무 완수를 선언한 셈이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약속에 고무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 결정으로 먼저 선심을 베푼 이유가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상징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며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한 `트럼프판(版)` 대북 포용정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 표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신뢰 프로세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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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북한 비핵화 동력이 정상회담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북핵 위협 해소`와 `최대압박 종언`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발 벗고 나설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이 비핵화에 보다 많은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고 한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비핵화-체제 보장 순서에 연연하지 말고 한반도 공동 번영과 평화를 위한 포괄적 접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북핵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결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평화체제 구축 정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북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손을 털고 떠나려는 모습을 노골화할 수 있다. 미·북정상회담 후 최고치를 경신한 45% 지지율은 상당히 견고해 보이고 공화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장악했다. 2020년 재선에 성공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한국이 한미동맹을 한반도 평화 구축의 걸림돌로 여기고 동북아 다자안보에 관심을 보이면 금방 짐을 싸서 떠날 것이다. 미군의 전략자산과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한미동맹의 약화 및 폐기는 중국에 큰 전략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핵보유국 북한의 정상국가화, 남북관계 개선, 중국의 동북아시아 영향력 증대는 한국이 직면할 한반도 외교안보의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반도 뉴노멀 시대에도 한국의 선택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문재인정부의 평화 구축 작업은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해서 진행돼야 한다.

첫째, 한반도 평화 구축 작업이 초래할 동북아 안보 지형과 미·중관계 역학구도 변화를 고려하며 진행해야 한다.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지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은 이러한 미·중 간 전략 균형에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손 털고 떠나면 동북아 전체가 중국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일 동맹 역시 균열 조짐을 보일 수 있고, 일본은 재무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한국의 동북아 전략구도 안에서 평화 구축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 구축 `재건축` 사업으로 새로 짓고 살 집이 아파트일지 단독주택일지 또 언제 입주하게 될지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며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를 짓고 위층·아래층에서 서로 뭐하는지 상관 안 하고 살 수도 있다. 위층 입주자가 총 몇 자루를 숨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층간소음`만 없으면 굳이 얼굴 붉힐 일이 없을 수도 있다.

`핵 있는 평화` `한 민족 두 국가` 모델인 셈이다. 평화 구축 노력은 남북 화해를 목표로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단독주택을 짓고 같이 살 계획이라면 평화 구축 노력이 북한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이 살 단독주택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천 명예기자(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