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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08 05:23
어느 탈북자의 수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7  

어느 탈북자의 수기

 

장마당에서 돈 백 원이면 밀가루 빵 한 봉지를 삽니다. 그런데 어떤 엄마가 빵 한 봉지에 자기 딸을 팔겠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장마당 길거리에 서 있었습니다.

 

뭐라고! 완전히 미쳤구먼.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어떻게 자기가 난 세끼를 팔아!

 

어린 자식을, 그것도 빵 한 봉지 값에 팔다니. 구경꾼들이 욕했습니다.

 

한 할머니가 나서서 어린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저 여자 네 엄마 맡냐? 아이가 선뜻 대답을 못하자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가 아니면 아니라고 말해라. 우리가 있으니깐 일없다, 어서 말해.

 

아이는 마침내 일어섰습니다.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아이는 엄마 팔을 꼭 붙잡고 말했습니다.

 

맞아요. 울 엄마예요.

 

갑작스런 아이의 돌발행동에 사람들은 술렁거렸습니다.

 

! 아이를 팔겠다면 제값 받고 팔아야지. 개도 삼천 원인데 딸이 개 값도 안 되냐! 제 입도 풀칠하기 힘든 세상에 누가 돈 주고 아이를 갖다 길러?

 

그러게 말이야! 차라리 아이를 키워달라고 사정하면 동정이라도 받지! 까짓 돈 백 원으로 어느 세월에 부자 되겠냐? 나쁜 년!

 

사람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은 고개를 숙인 체 묵묵히 땅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아저씨가 나서서 아이에게, 아버지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영양실조로 파리한 아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없어요. 먹지 못해서 그만!

 

여기까지 말하다가 아이는 갑자기 머리를 치켜들고 또릿또릿한 음성으로 소리쳤습니다.

 

울 엄마 욕하지 마세요! 울 엄마 지금 병에 걸려 죽으려고 해요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에 사람들은 움찔했습니다. 엄마가 죽어간다고 소리치는 딸아이의 비명에도 30대여인은 말 한 마디 않고 고개만 떨구고 생을 포기한 듯이 서있었습니다.

 

엄마는 벙어리였습니다.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딸을 위해 엄마가 선택한 것은 오로지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라는 팻말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적막이 흘렀습니다. 차라리 목소리라도 낼 수 있다면 이런 사연을 쏟아 놓고 통사정이라도 할 터인데…….

 

혀를 끌끌 차던 사람들도, 곧 죽어가는 여인을 보면서 하나 둘 침통한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엄마가 죽으면 아이는 어찌 사노? 아주머니! 요즘은 누구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남의 아이를 돈 주고 데려다 키우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러니 이 돈 가지고 가시오!

 

누군가가 5백 원을 꺼내 여인의 손에 쥐어주고 목에 걸린 팻말을 때어버렸습니다.

 

날도 찬데, 아이 데리고 어서 가요!

 

그러나 여인은 돈을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팻말을 목에 걸었습니다.

 

500원보다 딸아이를 거두어달라는 마지막, 사람들에게 보내는 절박한 눈빛이었습니다.

 

자기는 그 돈으로 살아날 목숨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돈 백 원이 있소. 백 원으로 아이를 산다기보다, 자기가 난 세끼를 챙기려는 당신의 지극한 정성이 안쓰러워 사는 것이니 그리 아시오. 내가 이 아이를 데리고 가겠소,

 

한 사람이 나서서 백 원을 벙어리 여인에게 쥐어주고 아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반사적으로 그 사람의 팔을 잡고 안절부절 하더니, 이내 돈을 빼앗듯이 낚아채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어미가 아이를 버리고 매정하게 달아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도 당황 한 듯싶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인이 펑펑 울면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벙어리 흐느끼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세끼 잃은 짐승의 애처로운 소리였습니다.

 

여인은 어린 딸 아이 앞에 쓰러져. 손에 들고 있던 무엇인가를 허겁지겁 딸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그것은 아이와 바꾼, 백 원으로 산 밀가루 빵이었습니다.


탈북자 김은주(筆名)의 수기에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생생히 전한 장진성의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는 영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한의 보복이 두려워 탈북자들은 가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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