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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02 18:29
고향에 보내는 편지
 글쓴이 : 관리자 (58.♡.179.112)
조회 : 3,012  

한 해를 갈무리하는 태양이 이제 수줍은 듯 저녁 안무에 젖어들어 불그레한 홍안으로 서산에 내려앉고 있습니다. 못내 아쉬운 그림자는 길게 북녘 고향을 향해 드러눕고 있습니다.

고향에 누가 있습니까? 고향에 그리운 어머니가 계십니다. 고향에 누가 있습니까? 그 곳엔 인자하신 아버지가 계십니다. 누가 고향에 있습니까? 정겨운 친구가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풋풋한 정을 나누던 고마운 이웃이 있습니다. 나를 품어 준 대지가 있고, 가슴에 스며 든 향수가 있습니다.

내 마음에 고향이 있듯이, 고향도 나의 넋을 담고 있습니다. 그립습니다. 고향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고 푸르다 못해 시리게 저려옵니다. 겨울 가지 끝에 시리디 시린 하늘이 걸리는 곳, 그 곳이 바로 나의 고향입니다. 첩첩 산간에 뜨는 달에 별들마저 숨을 죽이고 바람도 비껴갔습니다. 풀 한 포기, 길가에 놓여진 돌맹이 하나에도 나의 어린 시절이 묻어 있습니다.

나의 어린시절 지금 이맘 때 쯤이면 할아버지.할머니집에 가서 세벳돈 받을 생각에 마음이 붕 더 잇을때입니다.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가 소박한 밥상을 넉넉하게 채워 주었습니다. 그저 고향이 좋아 흙으로 삶을 빚으신 어머니의 체취가 깊게 묻어나는 곳, 그 따스한 그리움이 가슴을 흔드는 곳이 바로 우리의 소중한 고향 함흥 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이곳에서 고단한 삶에 지친 육신을 추스리며 이렇게 고향의 편지를 써 봅니다.

어머니, 꿈에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희미한 전깃불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시며 저의 교복깃을 달으시다가 차가운 저의 두 손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이내 어머니의 얼굴은 가물가물 앞산너머 뒤로 굴절되며 사라지셨습니다. 어머니가 스쳐가신 그 방 한켠에서는 거북이 등가죽처럼 갈라진 거친 손으로 풀풀 담배연기를 날리며 정겨운 눈으로 어머니와 나를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모습도 보엿습니다. 간간히 허리를 두드리시는 아버지의 이마에 끈끈하게 맺힌 땀방울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자식 9남매한테 바치신 그 땀방울처럼 오로지 아버지 등에만 송글송글 매달려 그동안 아버지의 뼈를 아리게만 해왔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이제는 보이지 않은 모습으로 앞산에 누우셔서 이 딸이 오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 한없이, 한없이 마음이 저려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너무도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탈북자 여러분, 우리는 지금 시간을 잊고 살아가는 고달픔 삶에서 마음 한 켠에 그 지친 심신이 안주할 고향이라는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안은채로 설 멸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네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곳은 어머니가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고, 옛 이웃이 있고 친구가 있는, 바로 우리의 그리운 고향이 저 북쪽하늘 아래에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고향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행복과 큰 발전이 있으시기 바랍니다. 조국이 톨일 되는날 우리를 반겨맞아즐 그날을 위하여 헌신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