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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11 13:00
고향의 눈이 그립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836  

긴 긴 겨울 밤 고향집 따뜻한 아랫목에는 빨간 내복입은 우리들만 이불속에 있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는 콩나물도 놓여있었고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청국장도 놓여있었고 두부를 하고 남은 비지도 놓여있었다 모두 다 먹거리들이기에 우리는 그 냄새를 엄마 냄새인양 품고 함께 잠들곤 했다 유난히 형제가 많았던 우리집은 참새부터 굴뚝새부터 여러가지 잡새들의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이불을 개어 버린다고 깨우기 전에 우리는 짹짹짹 새들의 아침인사로 깨어나곤 했었다. 밤새 눈이 내려서 은빛세상으로 변한 아침에는 조잘 조잘 거리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장독대 수북히 쌓인 눈을 만지려 가보면 이미 쫑쫑 새발자국으로 하얀 눈 위는 어질러져 있곤 했다 김치광으로 가는 길에는 엄마의 털신발자국이 하나 둘 셋 . . . . 어느땐 그 엄마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걷기도 했고

세월이 유수같다 했던가
정든 거향 뒤에 남기고 
여기저기헤매인지도 벌써 7년 장독대와 김치광으로 이어졌던 그날들의 엄마 발자국 만으로는 이 삶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좁다 생각했었는지 고향집에 처마에 주렁 주렁 열려 있었던 고드름들은 하나 둘 녹아서 자기길을 따라 흘러버렸다. 가는 곳 어디메인지 주소하나 모른채.
흙내음에 버짐으로 허옇던 촌띠 쩔던 얼굴에도 빌딩숲 도시의 물은 뽀얗고 통통한 얼굴로 바꾸어 놓고 총총한 밤 하늘 별을 벗하기도 가을밤 풀벌레 울어대는 소리에 잠 못들기도 쭈욱 엎드린 팔꿈치 아파옴에도 언제쯤 나타 나려나 백마탄 왕자님은 빈 백지에 받을 사람 없는 곳에 님을 부르며 낙서를 해댔고 시인이라도 되는 양 우수를 즐겼다 .
사계절은 바뀌고 흐르고 쉬지 않고 흐르는데
계절속에 살다보니 어느새 주름에 자리잡은 향수의 골은 깊고 깊어
어제일만 같은 나날들 숫자로 배열해 놓고 하나 하나 따져보니
너무도 오래된 시간의 나날들인지라
무엇하느라고 그많은 시간을 이렇게 와버렸는고?
한숨만 나오는데
동동 거리며 지나온 길은 마디 조차 보이지 않고
얇디 얇은 손 가죽의 마디만이 보이더라
초겨울 어느날
단풍에 하얀 눈이 내려앉아 
그다지 강하지도 않은 바람에 떨어지는 붉은 단풍은
종착역도 아닌곳에 출발역도 아닌곳에
홀로 서성이는 이내발자국과 같은 운명인듯
이제는 왔던 길 돌아가고 픈 마음뿐 아무것도 어떤것도 갖고 픈것도 없을 뿐인데 모질게 걸어 온 내 그림자 뒤에는 회색 구름 만들며 피어오르는 연기 피던 그 초가집은 있지 않았고 눈 온 아침 쫑쫑 발자국 찍어 버리던 참새도 굴뚝새도 보이지도 않았고 내가 돌아가고픈 그 추억속 세상에는 이미 지워진 애증의 세월과 고난의 세월의 잠자는 숨소리만 새근 새근 들릴뿐이었다.
어쩌자고 고향의 식량사정은 눈과 함께 또 전해져 40대 중반 아줌마는 이밤을 재울길 없어 하얀 눈을 어이 맞이 할까나 어이 맞이 할까나 받을이 없는 곳에 또 편지를 쓰듯 낙서를 하게 만드는지 그나마 이나이 먹어도 돌아갈 추억의 집이 있고 희미하게나마 엄마의 발자국도 보이는데 온통 회색빌딩에서 자란 나의 자식이 내 나이쯤 되었을때 내 자식의 추억속에는 어느길이 남아있을까 온톤 시멘트 길에 차 바퀴 발자국 고향가던 발자국 뿐인것을
그러니, 난
돈이 남겨 놓은 보이는 부자가 아니고
난,
가난이 남겨놓은 보이지 않는 부자인것을
사람들이 알아줄까?
내마음의  이 풍족함을....

눈이 온다하니 마음은 시인이 되고
눈이 온다하니 그리운 사람은 떠오르고
눈이 온다하니 시인의 마음으로 그리운 사람 찾느라고.
2011.1.10

c_04-향수(엿고던날/이남옥,이준기)